윤종석(b.1970) 작가는 한남대학교 미술교육과와 일반대학원 미술학과를 졸업하고 1997년부터 대전, 서울, 일본, 중국, 싱가포르, 이탈리아 등에서 23회의 개인전을 개최했다. 2006년 화랑미술제 Best Top 10 작가선정, 롯데화랑 유망작가 지원프로그램 선정, 대한민국 청년비엔날레 청년미술상, 대한민국미술대전 우수상 및 특선, 대전광역시 초대작가상 등을 수상했다.
중국베이징 아트사이드스튜디오, 장흥가나스튜디오, 프랑스파리씨떼 예술공동체, 대만타이페이 아티스트빌리지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그의 작품은 대전시립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제주 현대미술관, 수원시립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롯데뮤지엄, 코오롱, 하나은행, 외교통상부, 두바이왕실, 벤타코리아, ㈜파라다이스, 아트센터쿠, 가나아트센터, 보바스 기념병원, 골프존 문화재단, 스텐다드 차타드 은행, GS본사, 리베라 호텔 등이 소장하고 있다.
윤종석 작품에는 해골, 촛불, 꽃, 날개, 불꽃, 종이배, 골드바, 과일, 식물, 운동화 등 갖가지 사물들이 무지개처럼 밝게 떠있다. 검푸른 색의 어둡고 창백한 배경 위로 형형색색의 사물들과 함께 어떤 공간속 빛의 형상을 보게 된다. 해골, 꽃이나 과일, 날개와 깃털, 식물, 촛불 등의 이미지는 16-17세기 네덜란드에서 유행했던 ‘바니타스Vanitas’를 연상하게 한다. 해상교역의 풍요로움 뒤로 감염병에 의한 속수무책의 죽음 앞에서 인생무상을 은유하고 상징하던 정물화를 떠올리게 한다.
독창적 기법으로 갖가지 형태와 함께 서서히 드러나는 시간과 공간의 신비함, 그 뒤에 숨은 작품 제작과정과 배경은 원작을 보면서도 그 비밀이 쉽게 풀리지 않는다. 화려한 색 점으로 표면을 선명하게 수놓고 그 뒤 어두운 공간속으로 시선을 잡아끌며 이어지는 이미지의 전체적 여운은 삶의 무상함과 동시에 존재의 무한성을 느끼게 한다. 우리는 이 작품세계에 대하여 시간의 비밀을 간직한 창조자들의 설계도처럼 ‘시간의 그림자’로 추상하고 서로의 감각을 통해 서서히 그 실체에 다가가기를 기대한다.
윤종석 작품을 보고 읽으며, 알고 감상하기 위해서는 작품제작 방법가운데 가장 특징적인 한 가지 기법을 먼저 살펴봐야한다. 아크릴릭 물감을 주사기에 넣고 수없이 많은 점을 찍어 형상화하는 기법은 그만의 트래이드마크다. 자신만의 유일한 기법을 동원한 작품 형식은 더욱 탄탄한 내용으로 발전하며 독창성을 확보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국내외 유명작가로 인정받는 계기가 되었다.
한 점, 한 점 찍은 물감은 각각의 색채와 형태를 갖고 표면에 고착된다. 일정한 두께로 촉감을 유발하는 이 점들은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단일한 점의 차원에서 질량을 가진 갖가지 형태로 변화한다.
처음 한 점으로부터 점과 색이 증가하는 과정에서 하나의 색 점, 그 형태 각각은 우주 공간에 피어나는 하나의 먼지-행성이고 항성이 아닐까 생각한다. 인류가 밤하늘 별자리와 은하수를 상상으로 형상화하듯이 작가는 캔바스라는 공간에 별들을 모아 새로운 별자리-과일이나 꽃, 촛불이나 구체, 물방울과 해골 등의 대상으로 나타낸 것이 아닐까. 그래서 그 전체적 사물과 대상 너머에 마치 우주의 시간과 공간에 대한 추상화를 생각한다.
우리은하에는 태양과 같은 별이 2천억에서 4천억 개가 있고 천문과학이 밝힌 우주에는 이런 은하가 2조개가 있다고 한다. 은하단과 초은하단까지 헤아리다보면 알 수 없는 우주공간 어디에 장미꽃과 천사의 날개가 결합한 별자리와 해골 같은 은하가 없다고 할 수 있을까.
그만의 유일한 기법에 의해 탄생하는 이 작품은 자연스럽게 시간성을 헤아리게 된다. 이 시간성은 우리 모두가 보편하게 인식하는 크로노스 Cronos의 시간관이고 감각이다.
작가는 이러한 보편한 시간 속에서 그 시간을 감각하며 작품을 구성하고 조형_조율한다. 캔바스에 물감-주사액으로 형상을 자라나게 하는 이 행위는 생명탄생의 시간으로 접속하는 과학자이며 의사일지 모른다. 생명을 다루듯이 작가만의 감각으로 화면을 지휘하는 그 시간, 그는 율려(律呂)가 되고 마침내 카이로스 Kairos의 시간을 잉태 한다.
시간을 경험하는 것이 공간일 때, 시간의 그림자는 이러한 현상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닐까.
회화의 세계, 작품이라는 예술의 세계는 모두에게 열려있지만 시간의 조화를 부리는 그만의 기술과 감각은 이렇듯 신비한 세상을 창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