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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찬미 - 신중덕

2025 갤러리레오 선정 원로작가 초대전시
생명찬미
신중덕 개인전
SHIN JungDeok
2025.10.29~2025.11.29

신중덕의 생태적 추상 – 생명찬미

 

갤러리레오는 창조적 예술과 영성을 매개로 삶을 빛나게 하는 공동체적 공간을 지향한다. 최적의 전시 환경과 큐레이팅으로 기획초대전과 특별전을 개최하고 있다. 올해는 미술계에서 주목받는 중견작가와 원로작가 가운데 중부권 출신의 작가를 연속으로 집중 조명한다.

 

신중덕(b.1949)작가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와 동 대학원 서양화과를 졸업했다. 1990년부터 2014년까지 한남대학교 회화과 교수를 역임하였다. 인도 트리엔날레(1997), 파리 MAC 2000(2000), 미국 버몬트 스튜디오 레지던시(2000)에 참가했다. 최근(`25.6.~8.) 이응노미술관에서 기획 초대전을 가졌다. 그의 작품은 서울시립미술관, 대전시립미술관, 대전예술의 전당, 대전KBS, 성곡미술관, 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 겸재미술관, 덕원미술관 외 여러 기관과 개인이 소장하고 있다.

 

신중덕 작가는 ‘생명성’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바탕으로 회화·조형적 탐구를 지속해왔다. 그의 작업은 ‘생명성’에 대한 근원적 사유 과정을 ‘추상회화’로 표현해오고 있다.

 

작업 초기인 1980년대에는 존재론적 관심이 물질의 ‘원형’에 대한 탐구로 이어지면서, 회화의 지지체이자 본바탕인 캔버스 천과 물감 등 그 자체의 물성을 실험했다. 1990년대에 들어서 존재에 대한 사유와 생명성에 대한 이해는 또 다른 조형적 변화를 가져왔다. 이 시기 <영광송>에서 시작해 2010년경 <생명률> 시리즈에 이르기까지 작가는 오랜 기간 열정적으로 많은 작품을 제작했다. 갤러리레오는 바로 이 시기의 작품에 우선 주목했다. 그리고 2012년 즈음 작업의 방향이 전환되면서 2025년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만화경> 시리즈를 함께 소개한다.


이번 전시에는 <영광송> 소형 1점, <생명률> 시리즈 가운데 대작(150호) 1점 외 9점, <만화경> 시리즈에서 중·소규모 7점과 150호 대작 2점 등 총 20점을 전시한다.

세상을 해석하고 이해하는 패러다임이 변할 때마다 인류의 문명은 발전하고 문화는 다양해졌다. 유구한 미술의 역사 속에서 현대미술은 200년 전에 개발된 개념이다. 이 가운데 ‘추상화’는 미술 그 자체의 순수성을 지향한 사조에 속한다. 서구 모더니즘 사조 속에서 1920년대에 시작된 추상화 개념이 한국 모더니즘 회화사에서는 1950년 전후, 그러니까 신중덕 작가가 출생한 즈음에 출현한다. 그리고 작가는 1970년대 중반 미술대학을 졸업한다.

 

당시 한국 주요 미술대학 커리큘럼의 주도적 스타일은 추상이었고, 동시에 아방가르드 경향이 혼재했다. 유럽도, 미국도 아닌 한국 -그야말로 근현대사를 한꺼번에 압축하며 팽창하던 사회와 문화 속에서- 신중덕 작가의 추상화 양식 수용은 미술을 욕망하고 세계를 이해하려는 시대성과 동시에 개인적 선택이었다.

 

갤러리 레오는 작가의 40년 작업 노정 중 1990년대의 <영광송>으로부터 2000년대 <생명률> 시리즈에 주목하고자 했다. 1970~80년대 정치·사회적 환경 속에서 청년기를 보내고 장년기에 이르는 동안, 작가로서의 개인적 발전 과정에서 발생한 다층적 에너지가 당시 작품에 반영되어 있다는 인상 때문이었다. 그러나 기획 의도와 규모가 갤러리의 수용 한계를 초과하게 되어 부득이하게 기획 방향을 수정했다. 또한 대작이 많아 물리적으로 소규모 작품을 선택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2024년 작품 <만화경>에서 출발하여 2000년대 초 반의 <생명률>을 살피고, 1990년대의 <영광송>은 대거 생략하게 되었다.

 

<만화경> 시리즈를 현재의 정점에 놓고 본다면, <생명률> 작품은 2000년대 초반에 제작된 만큼 <만화경> 시리즈에 앞선 단계, 즉 과도기적 작품으로 읽을 수 있다. 다만 여기서 ‘과도기적’이라는 표현은 미숙함이나 불안정을 의미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생명률>을 중심으로 그 이전의 <영광송> 시리즈를 살피며, 동시에 <만화경>을 이해하고자 한 처음 기획 의도를 보더라도 그렇다. 이러한 기획 의도를 바탕으로 본다면, <만화경> 작품의 알레고리적 구조가 2000년대 초반 <생명률> 시리즈에서 어느 정도의 중층 구조로 나타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분석의 방향에서 이번 전시는 귀납적이면서도 환원적인 접근이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개별 작품의 형식적·사유적 특징을 종합해서 근원적 조형원리를 찾아가는 것이다. 부분에서 전체를 이해하고 동시에 본질로 돌아가는 탐구의 과정을 살펴보는 것이다.

 

순수주의 미학인 추상미술이 재현을 거부하고 형식 자체와 차이를 통해 자기 완결성을 향해 나아가지만, 신중덕 작가의 추상은 초창기(1980년대)를 지나면서 그만의 다른 추상으로 나아간다. <영광송> 시리즈의 과도기를 지나 ‘생명성’ 탐구로 이어질 때는, 분명 순수 추상을 벗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출품작 가운데 <생명률, 2002, 80.3×100cm>이 잘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이 시기보다 한참 앞선 1994년의 한 작품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영광송, 1994, 45.5×53cm>은 신중덕 작가의 ‘다른 추상’을 이미 예고하는 상징적인 작품으로 읽힌다. 자연에서 취한 사물인 모과를 분해하고 추상한 선과 면, 위 상단에는 행성_지구 또는 달이 등장한다. 하단에는 사각형의 화면 안에서 또 하나의 추상 구조를 구성하는 등, 회화라는 평면 속에서 세계와 사물을 이중·중층적으로 구축하고 있다. 이 작품은 <영광송> 시기(1994)에 제작되어 제목은 ‘영광송’에 속하지만, 해석에 따라서는 <생명률>과 <만화경>을 예고하는 -어찌 보면 두 시리즈 전체를 응축한 설계도 같은- 가장 상징적인 주요 작품으로 보인다. 이 두 작품을 출발점으로 삼아 다른 작품들을 함께 논할 때, 신중덕 작가만의 ‘다른 추상세계’와 그 고유한 양식을 더욱 깊이 더듬어볼 수 있을 것이라 제언한다.

 

신중덕 작가는 자신의 미학적 입장과 예술세계를 지성적 논리와 함께 조형적 풍부함으로 구축해왔다. 그의 작품 세계는 양자물리학적 이론과 철학적 사유로 설명될 만큼 진중하며, 현대 추상회화의 한 기준이 될 만큼, 체계적이고 정연한 자기질서를 구축해온 작업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그로 인해 지역 미술계나 대중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웠고, 따라서 상대적으로 정당한 평가가 뒤따르지 못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

 

미술이 태동한 기원, 곧 세상의 본질을 탐구하고 이해하는 과정에서 영성과 과학, 그리고 예술은 서로를 비추며 함께 해왔다. 예술은 세상을 보여주고자 하지만, 그 시선은 언제나 보이지 않는 세계를 향한다. 신중덕 작가의 예술은 바로 그 맥락 속에서 지속하는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

 

영광송_oil on canvas_45.5×53㎝_1994
생명률_oil on canvas_80.3×100㎝_2002
생명률_oil on canvas_53×45.5㎝_2005
생명률_oil on canvas_45.5×53㎝_2012
생명률_oil on canvas_45.5×53㎝_2011
생명률 _oil on canvas_72.7×90.9㎝_2005
만화경-능소화_oil on canvas_72.7×60.6㎝_2022_2
만화경-능소화_oil on canvas_72.7×60.6㎝_2022
만화경__oil on canvas_72.7×90.9㎝_2024